2009년 01월 04일
내 인생의 시작
'나의 10대는 한마디로 암흑기, 나의 중세였다.' 고 20대에 막 들어섰던 나는 얘기했었다. 하지만 이제와서 보면 나의 20대 초반도 그렇게까지 다를 바는 없던 시기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고개를 쳐든다. H.O.T와 티비와 만화와 자기비하와 우울과 좌절만이 전부였던 나의 중학생 시절. 희망이라고 생각했지만 자학을 더욱 부추기기만 했던 동아리 생활과, 처음으로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그가 머릿 속을 차지했던 고등학생 시절. 드디어 자유로워지고 현명해질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했었지만, 여전했던 바닥 체력과 혼자 갇힌 삶을 살았던 20대 초반.
나는 인간이, 인생이, 아주 하잘 것 없는 이유 때문에 얼마큼이나 보잘 것 없어지고 엉망이 될 수 있는지를 경험했다. 내 성장기를 잃어버리고, 나의 가능성을 탐색해 볼 시간과 기회를 놓치고, 내 스스로를, 내 주변 사람들을 괴롭혀 왔다. 만약 내가 충분히 사랑을 받고, 충분히 먹고 놀며, 다양한 문화환경 속에서 건강하고 따뜻하게 자랐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나는 줄곧 상상해보곤 했다. 아마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음악을 사랑하고 책을 즐겨 읽는, 밝고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부모님이 조금만 더 현명한 분이셨다면, 아니면 내 주변의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일찍 내 문제를 발견하고 짚어내 줄 수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수십번 수백번도 더 해봤다. 하지만 내 욕심대로 정말 모든 필요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쩌면 나는 애초부터 약하게 태어나지 않았어야 했고, 연년생의 남동생이 없는 편이 나았을 지도 모르고, 어쩌면 할머니도 계시지 않고, 어쩌면 지금의 부모님에게서 나지 않았어야 한다, 는 끊없는 자기부정을 해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이런 사람으로 나지 않았다면 진정 가난하고 쓸쓸하고 외롭고 힘없는 사람들의 심정을 뼈속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한 때 이런 생각은 자기 위안에 불과한 가증스런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저 어떻게든 내 인생의 키를 되찾아 시간을 되돌리고만 싶었다. 그만큼 나는 내 인생의 양상에 대해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내 나이 26. 아무래도 믿겨지지 않고 그저 무겁게만 느껴지는 숫자. 26의 나는 결혼 혹은 취직을 코앞에 두고 제법 노처녀 티가 나는 성숙한 아가씨가 돼 있어야 할 것만 같은데. 실제의 나는 아직 취직은 커녕, 다시 대학 혹은 대학원을 꿈꾸며 나의 가능성을 더 시험해 보고 싶고 더 공부하고만 싶은 어린애애 불과하다. 사실 스물 넷 때만 해도 이 숫자가 이렇게까지 믿기지 않는 숫자만은 아니었는데, 스물 다섯이 되자 갑자기 이 숫자가 스물 넷의 두세배의 무게로 다가왔었다. 그 때의 충격이 너무 컸던 것일까. 어쩐지 올해는 숫자에 작년만큼은 연연하지 않게 된다. 어차피 내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앞으로도 더 불어나기만할 나이, 사실 정말 신경쓰고 싶지 않은데.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세상에 둘도없이 소중한 내 애인과 우리가 함께 꾸려갈 정주기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 각자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아직까지 도전해 볼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다, 고 하면 너무 단순한 말이 될까. 하지만 내 인생의 정주기가 30이 됐든 혹은 그 후 몇 년 후가 됐든, 더는 후회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부끄럼이 없도록,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이 남은 걸. 그 시간만큼은 즐겁게, 명랑하게, 가볍게 그렇게 계속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나는 인간이, 인생이, 아주 하잘 것 없는 이유 때문에 얼마큼이나 보잘 것 없어지고 엉망이 될 수 있는지를 경험했다. 내 성장기를 잃어버리고, 나의 가능성을 탐색해 볼 시간과 기회를 놓치고, 내 스스로를, 내 주변 사람들을 괴롭혀 왔다. 만약 내가 충분히 사랑을 받고, 충분히 먹고 놀며, 다양한 문화환경 속에서 건강하고 따뜻하게 자랐더라면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있을까, 나는 줄곧 상상해보곤 했다. 아마 운동하는 것을 좋아하고 음악을 사랑하고 책을 즐겨 읽는, 밝고 똑똑하고 현명한 사람이 되지 않았을까.
부모님이 조금만 더 현명한 분이셨다면, 아니면 내 주변의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일찍 내 문제를 발견하고 짚어내 줄 수 있었다면, 하는 생각을 수십번 수백번도 더 해봤다. 하지만 내 욕심대로 정말 모든 필요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어쩌면 나는 애초부터 약하게 태어나지 않았어야 했고, 연년생의 남동생이 없는 편이 나았을 지도 모르고, 어쩌면 할머니도 계시지 않고, 어쩌면 지금의 부모님에게서 나지 않았어야 한다, 는 끊없는 자기부정을 해나가야 할지도 모른다.
'내가 이런 사람으로 나지 않았다면 진정 가난하고 쓸쓸하고 외롭고 힘없는 사람들의 심정을 뼈속깊이 이해하는 사람이 될 수 있었을까.' 한 때 이런 생각은 자기 위안에 불과한 가증스런 말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저 어떻게든 내 인생의 키를 되찾아 시간을 되돌리고만 싶었다. 그만큼 나는 내 인생의 양상에 대해 이해할 수도 이해하고 싶지도 않았던 것이다.
내 나이 26. 아무래도 믿겨지지 않고 그저 무겁게만 느껴지는 숫자. 26의 나는 결혼 혹은 취직을 코앞에 두고 제법 노처녀 티가 나는 성숙한 아가씨가 돼 있어야 할 것만 같은데. 실제의 나는 아직 취직은 커녕, 다시 대학 혹은 대학원을 꿈꾸며 나의 가능성을 더 시험해 보고 싶고 더 공부하고만 싶은 어린애애 불과하다. 사실 스물 넷 때만 해도 이 숫자가 이렇게까지 믿기지 않는 숫자만은 아니었는데, 스물 다섯이 되자 갑자기 이 숫자가 스물 넷의 두세배의 무게로 다가왔었다. 그 때의 충격이 너무 컸던 것일까. 어쩐지 올해는 숫자에 작년만큼은 연연하지 않게 된다. 어차피 내 의지와는 아무 상관없이 앞으로도 더 불어나기만할 나이, 사실 정말 신경쓰고 싶지 않은데. 그게 그렇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세상에 둘도없이 소중한 내 애인과 우리가 함께 꾸려갈 정주기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 각자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아직까지 도전해 볼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다, 고 하면 너무 단순한 말이 될까. 하지만 내 인생의 정주기가 30이 됐든 혹은 그 후 몇 년 후가 됐든, 더는 후회하지 않고 스스로에게 부끄럼이 없도록, 앞으로 나아가는 일만이 남은 걸. 그 시간만큼은 즐겁게, 명랑하게, 가볍게 그렇게 계속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 by | 2009/01/04 02:33 | 트랙백 | 덧글(0)








